아버지라는 단어의 존재감은 상당히 무섭고, 무겁고, 엄중하죠.

우리가 통상 아버지라고 얘기하는 대상은 한 평생 가족을 위해 온갖 수모도 참아내고, 아내에겐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에겐 본보기가 되기 위해 솔선수범을 해야하는 참으로 힘든 존재이기도 합니다.

또 아버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아버지들을 위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돌아온 김영희 PD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너가 ‘우리 아버지’인데요. 첫 회는 대충 봤고, 두번째 영등포시장 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1박2일의 아성을 우리 가정에서 깬 첫 사례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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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저는 프로그램을 상당히 냉소적으로 보는 편인데요. 아버지 하면 딱하고 떠오르는 것이 감동, 눈물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버라이어티로서 재미와 웃음을 주면서 눈물과 감동을 짜내는 것이겠구나 하고 미리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친구들과 함께 술마시고 있는 아버지들을 만나 왜 눈물을 흘리게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더군요.

2편에서 한 아버지는 방탕했던 아들과의 관계 개선법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4살에 결혼해 아이를 일찍 얻은 이 아버지는 40대 중반에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됐는데 사춘기가 왔다고 합니다. 결국 가출도 하고 속도 많이 썪였다고 하는데요.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가식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한 걸 듣게 됐다고 합니다. 흔히 아이들이 보는 눈은 정확하니까 그 아버지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택한 방법이 ‘프리허그’. 아들을 보면 안아줬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나니 무뚝뚝하고 사춘기였던 아들의 손이 점점 올라오더라는 것입니다. 실상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되려 엇나갈 수도 있는 그런 관계를 좋게 되돌려 놨다는 것이 참으로 좋더군요.

그 자리에서 아들과 전화 연결을 해서 직접 듣는데... 상당히 까탈스러웠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말문을 열고 노력하니 아들의 입에서도 사랑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이것이야 말로 ‘리얼 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무언의 편집은 없을 수 없다고 보면 그야말로 ‘레알’이더군요!

왜 이렇게 쓸데없이 극찬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한번 제대로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은 달라질 겁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 알게 될 것이고요. 제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입장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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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예를 더 들어보면, 나온 아버지중에 자식이 4명 있는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신동엽과 김구라가 정부에서 상을 줘야 할 사람이라며 당연히 인터뷰를 감행했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둘째 아이가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청력을 잃었더군요.

그런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둘째 아이에게 보낸 영상 편지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는 그냥 예능이 아니라 어려운 분들에게 안주나 술도 대접합니다. 한 때 이른바 왕년에 잘 나갔던 아버지가 지금은 구청 소속 재활센터에서 일하면서 하루 일당으로 받는 돈이 2만5천원이라고 합니다.

그 아버지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니 김구라가 안주하나 시켜주더군요. 제작비로 들어가겠지만 그러한 것이 보기도 좋았습니다. 소주 한병이면 만족스러워 할 분이 언제 그런 안주 먹어보겠습니까.

상당히 어려운 분들 많고 아이들 키운 얘기는 흔히 석달 열흘을 쉬지 않고 얘기해도 모자르다고 하죠.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수많은 아버지들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 듣고 놀기도 하고 하면서 결국 오늘의 아버지를 한 명 선정해 ‘냉장고’를 선물로 줍니다. 우리 아버지로서 더욱 힘내라는 의미입니다.

첫 회에는 환경미화원을 30년했던 분을 드렸고, 두번째는 위에서 얘기한 구청 소속 재활센터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 드렸습니다. 그 분이 연세가 있으신대 늦둥이 아들을 낳아서 키우더군요. 왕년에 건축일로 잘 나갔는데 지금 돈 없을때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해줄 수 없는 것에 맘 아파하더군요.

모쪼록 ‘우리 아버지’에 바람이 있다면,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초심의 기획 의도와 다르게 변형시키지 말고 지금처럼 꾸준히 나갔으면 합니다. 찾으러 다닐 아버지는 많으니까요.

다음 편은 사당역 편이던데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무엇이든지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좋아하게 될 텐데요. 10대들이 가요 프로그램 좋아하는 것처럼 저는 이 프로그램이 아주 좋더군요.

내년에 방송대상에서 좋은 프로그램상을 꼭 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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