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르게 느낀다. 비단 영화 뿐만이 아니라 사진 한장을 보는 느낌도 그렇고 기사 한꼭지를 읽어도 그 느낌이나 받아들이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유명하다고 하니까 그런줄 알지 그 그림을 보고 몇천만원에 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적인 표현이긴 해도 싸구려라고, 교양 없다고 몰아부쳐도 할말 없는 대목이다.

감동적인 대목을 더욱 감동적으로 연출해 한두어방울 흘릴 눈물을 왕창 쏟아내게 했다면 연출력 200점 만점에 400점이다. 그리고 악당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욱 악의적으로 표현해 진짜 보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만들었어도 역시 400점이다. 이게 바로 미장센의 힘이다.

미장센은 프랑스어로 연출을 뜻한다. 미장센 샴푸로 엄청나게 빛깔나고 화려한 머리발을 연출해 보라는 굉장한 의미가 담겨있는 CF를 봤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미디어들중에 사실이 몇개이고 왜곡된 것이 몇개인지 구분할 수 없다. 왜? 모든 기사에 내가 엮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정정 보도를 보거나 인터넷상에서 왜곡됐다는 기사를 보지 않는 이상은 그저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미디어는 샴푸를 듬뿍바르는 일은 저지르면 안된다. 99%가 심한 향으로 주변 사람들이 거북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혼자 좋아하는 꼴을 범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저지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혼자 좋아하고 있는 몇개의 신문사가 있지만 말이다.

사실 '사진은 권력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썬도그님의 포스팅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이렇게 포스팅하게 된 것이다.
이 포스팅 때문에:
http://photohistory.tistory.com/3162

썬도그님의 포스팅의 주요 내용은 '몽구'님이 찍은 영상이 다음블로거뉴스에 올라왔고 누가 봐도 감정이 북받치고 잘 찍은 짤막한 영상이라는 것이다. 영상은 한창 대치중인 의경과 일반 여고생이 닭장차의 철창을 두고 손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영상이 사실만을 담은 것은 아니고 연출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렇다. 다음블로거뉴스에서 대상도 받았었기에 그리고 따르는 추종자들이 생기기도 했기에 '몽구'님은 샴푸를 얼마나 바르는 입장이 됐다.

그리고 '몽구'님의 해명도 있었다. '몽구'님의 연출이 있긴 했다고 자인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만약에 들키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전제 조건이 없다면 걍 쓰레기통에 집어 넣을 포스팅이다. 들켰다는 것은 향을 맡아주는 대중들이 있고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기에 수많은 눈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혼자 있을때는 걍 무단 횡단하는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만 하지 않는다고 선처를 호소한다면 전달되는 느낌은 반으로 줄어든다. 색안경이 저절로 씌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몽구님이 의도한 영상은 퓰리처 상감이다. 줘도 할말없다. 들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몽구님 포스팅: http://mongu.net/173

썬도그님의 포스팅에 몽구님의 해명이 있었지만 몽구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영상은 포스팅이 그대로 한글자의 변함도 없이 남아있다.

KBS에 사람 찾아주는 방송이 있다. 간혹 일찍 퇴근할 때면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이 되는데 20년전 아이를 버리고 나갔던 엄마를 찾아주거나 하는 그런 류다. 그것을 몇편 보면서 성질 급한 김기자는 화가 난다.

20년만에 찾아주는 건데 뭘 불러보라고 시키고 한번 불러서는 나오지도 않고...
이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과 눈물의 여운을 길게 남기고자 방송의 효과를 집어넣은 연출자의 미장센이 그야말로 듬뿍 들어간 것이다. 샴푸를 대량 짜는 바람에 다시 집어 넣을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섰다.

그렇게 샴푸를 많이 쓴 만큼 머리에서 나는 향도 그만큼 오래 간다. 물론 그 향이 진해서 거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김기자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묵묵히 기다리며 나와서 눈물을 짜는 모습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눈물은 잔뜩 흘려놓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 엄니와 마누라.
눈물의 여운이 가실때면 이구 동성이다. "걍 방송으로 봐라~ 잉"

그렇다. 우리는 방송의 미장센에 이미 중독된 노예들이며 그렇게 강압적이지 않게 세뇌를 당했는지 모른다. 짜증내면서 뻔한 결말을 아는 일일 드라마도 욕하면서 계속 보게 되고 또 누군가를 만나면 그 드라마를 얘기를 꺼내게 되는 그런것 말이다.

비유가 길었지만, 이러한 방송은 차치하자.

신문의 기사 한꼭지를 예를 들어보자. 김기자는 기사에도 미장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중 하나다. 뭐 팩트만을 전하고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는 '고리타분한'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을 붙이지 않더라도 이게 뭔소린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기사에서 미장센이라면 시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사가 무미건조한 사실만 전달한다면 굳이 기사라는 것이 필요없다. 지역지들이 발행하는, 사건과 관련된 것은 경찰들이 발행하는 뭔가를 보면 된다.

언론사는 그 나름의 시각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시각이 왜곡되면 수많은 독자들이 있기에 부끄러워 할 줄알고 제살 깍아먹기 임을 알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지 기사에도 미장센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몽구님은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했어야 함을 간과하고 있다. 이 부분은 그저 내 의도대로 멋있게 나오면 된다는 일선 기자들의 이기심에 젖은 매너리즘을 탈피하기 위한 방책이 큰 화를 부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총알 피하다가 대포에 맞은 격이라고나 할까.

그때서야 정신차리게 된다. 사실 정신이라도 차리면 그나마 낫다.
들키지 않으면 퓰리처상감이 들켜서 박탈하게 됐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냥 내버려도 될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 신고자를 처치하면 될까?

어떠한 의도가 있었고, 그러한 의도를 담기위해 연출을 했다. 충분한 의도를 설명했더라면 오히려 퓰리처상감으로 더욱 빛났을지 모른다.

요즘은 너도나도 기자다. 이건 어쩌면 세상이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본다. 기자는 전문직이고 '블로거 기자'는 일반인이어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소속된 곳에 따른 위압감이자 나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느낌이지 다를바는 없다.

하지만, 기사를 비판하고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안다면 내가 쓰는 기사도 그런식으로 바라보고 따져봐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속된 곳이 좋으면 기사가 나오기까지 여러 절차를 거친다. 물론 그렇게 거쳐도 왜곡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하고 교열을 하며 데스크를 보고 완성된 기사가 나오기 까지 나홀로 시스템에서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잘못도 인정하고 모자름을 인정할때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미장센 하니까 항상 가지고 있었던 재미있는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지금은 썬도그님이 자신의 블로그명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문구 하나가 사실 미장센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사진이 왜 권력이 될 수 있는지 요즘 세상에서는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적극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성형 부작용 UCC 영상이 연출된 것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영상이 올라와 인터넷의 악용에 대해 자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이것이 아니라도 예전에도 있어 왔다. 부작용을 알리려고 일부러 샴푸를 듬뿍바르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사람들은 은은한 향을 즐기는 것이지 발톱을 숨기려고, 혹은 몸에 나는 냄새를 없애자고 샴푸를 듬뿍 바르는 것은 오버를 넘어 스스로 자멸하는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당당해 질때 멋진 기자가 될 수 있고 정말 괜찮은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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